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인사동 갤러리들이 한주간 전시 기지개를 펴는 수요일이 왔기에 기분좋은 인사동 나들이 길에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를 찾았습니다.

노란 안내판에 힘 있는 필체로 적힌 《발길 멈추고 보다》라는 전시명이 시선을 붙잡아 자연스레 4층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시 개요
* 전시명: 제27회 박동국전 《발길 멈추고 보다》
* 기간: 2026년 9월 16일(수) ~ 9월 22일(화)
* 장소: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4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
* 관람 시간: 10:00 ~ 18:30
화폭의 80%를 채운 노란 하늘, 그리고 울산바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기존의 실경산수화나 수묵화와는 확연히 다른 강렬한 시각적 충격이 전해집니다. 화폭 아래쪽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울산바위 위로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먹의 농담이 아니라 선명하고 채도 높은 노란색 하늘입니다.
늘 봐왔던 푸른 하늘 아래 설악산의 숲을 거느린 울산바위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오로지 울산바위만 눈에 들어오는 멋진 설정이었습니다.
자연의 하늘빛인 푸른색이나 회색 대신 과감하게 칠해진 노란빛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새로운 사유의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노랑은 동양에서 황금빛 기운과 생명의 원천을 상징하듯, 바위를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시간과 생명력을 품은 거대한 존재로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고요함 속에 떠 있는 가느다란 초승달
넓게 펼쳐진 색면 하늘 한구석에는 작고 가느다란 손톱 같은 초승달 하나가 조용히 걸려 있습니다. 누가 저기 걸어놨어.. 노래가사도 떠오릅니다.
* 묵직한 바위산의 질감과 대비를 이루는 가녀린 달
* 화면 전체를 감싸는 여백의 긴장감
*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우주와 마주하는 듯한 명상의 기운
바위의 날카로운 암벽선과 먹선이 만들어내는 거친 질감 위에 부드럽고 환한 색면과 초승달이 더해지니, 거친 자연이 한순간에 고요한 내면의 풍경으로 치환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원색의 색면과 수묵의 대담한 만남
이번 전시에서는 노란 하늘뿐만 아니라 깊은 딥블루, 청량한 에메랄드그린, 터콰이즈 블루 등 다양한 원색의 붓터치가 살아있는 배경 작업들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 푸른 밤하늘과 백색 암벽: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밤의 적막을 자아냅니다.

* 녹색의 대지 혹은 오로라 같은 하늘: 바위산에 신비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 벽돌색 바탕의 소품 스케치들: 작가가 울산바위를 마주하며 수없이 고뇌하고 선을 그어 내려간 사생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익숙한 울산바위를 매일 마주하면서도 그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구도와 색채를 해체하여 새로운 회화적 질문을 던지는 화가님의 깊은 내공이 돋보입니다.
'비상(飛翔) 이전'이라는 평론 글귀처럼, 이번 전시는 울산바위라는 자연을 넘어 인간 내면의 이상과 탈출, 그리고 새로운 사유를 향해 도약하려는 작가의 치열한 모색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인사동 골목길을 걷다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묵직한 바위와 선명한 색채가 건네는 고요한 사유의 시간에 머물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사돌 #갤러리 #박동국화백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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